높아지는 인플레이션 가능성, 어떤 자산에 투자할까? / 인플레이션과 투자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변동성이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이란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아니라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아파트 값의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옆 B단지의 아파트 값이 상승합니다. B 아파트 값이 올라간 신호로 내가 사는 A 아파트 값도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주변 단지에서만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던 것이 점점 옆동네로 퍼져 갑니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예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 수요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

• 비용 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

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서는 흔히 좋은 인플레이션으로 받아들입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기업은 더 많은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이 올라 물가가 올라가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 인플레이션입니다.

 

금융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우려

보통 인플레이션은 경기 호황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변동성이 매우 심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전 세계 통화공급을 주도하는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엄청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다시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유동성을 회수한다는 것이므로 그동안 막대한 유동성으로 잔치를 벌였던 주식시장 입장에서 금리 상승은 악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으로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잡는 금리 상승

1970년대 유가 상승으로 1배럴당 1~2달러 하던 유가가 1배럴당 40~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1, 2차 오일쇼크까지 발생했습니다. 원유는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에 재료가 되기 때문에 유가는 물가에 매우 영향이 큽니다. 이렇게 큰 폭의 유가상승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습니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후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경제는 걱정하지 말고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으라고 지시를 합니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는 10%까지 올라가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의 수익률이 20%까지 올라가며 국채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까지 물가상승률은 서서히 하락했습니다. 바로 이때,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금리 상승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앞서 말했듯이 미국 장기채의 금리가 1.6% 가까이 오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최근의 물가상승에 압력을 가하는 가장 큰 것이 바로 유가입니다. 작년에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근데 그런 유가가 지금은 1배럴당 60달러를 넘습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친환경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미국에서는 셰일 가스의 시추를 줄이고 있습니다. 보통 유가가 상승하면 시추공 수(Ring Count)도 함께 올라가기 마련인데 시추공 수가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친환경 정책 때문에 셰일 가스의 공급을 줄이는 모습입니다. 원유의 공급이 줄어드니 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비용상승으로 이어져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입니다.

 

서비스 가격 상승

바이든 정부는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입니다. 미국 상원에서는 이미 통과했고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1조 9천억 달러가 풀리게 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게 되니 물가가 오르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번 경기부양책에는 최저임금 상승에 관한 내용도 있다고 합니다. 최저임금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입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그만큼 서비스 가격에 더하는 수밖에 없고 이는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진행 중입니다. 2021년 5월 미국의 성인 모두에게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6월이 되어 접종이 거의 완료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그동안 억눌렸던 컨택트 소비를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평소 같으면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도 금방 늘려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사업자들이 폐업을 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급자 역시 1년여 가량을 쉬었기 때문에 서비스의 공급 가격도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비용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물가 상승이 한동한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준에서는 현재 물가 수준을 걱정하지 않으며 당분간은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비용 상승으로 물가가 계속 올라간다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내려야 할 것입니다.

 

어떤 자산에 투자를 해야 하나

금리 상승기에는 아래와 같은 자산에 투자를 하면 좋습니다.

 

1. 물가연동국채

보통 채권은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이 정해져 있어 매년 정해진 이자를 만기 시까지 받게 됩니다. 하지만 물가연동 국채는 만기수익률에 따른 원래 이자에 매년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의 이자를 더해줍니다. 물가연동 국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국가가 물가를 올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국가가 지불해야 할 이자가 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손해 볼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본다면 물가 상승을 안정시킬 나라는 없는 것 같아 보이니 채권 투자 시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2. 에너지, 광물 등 원자재 또는 관련 회사

원유, 구리, 철강 등 원자재들은 인플레이션에 매우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의 가격 인상이 바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원유나 광물자원 같은 원자재에 투자를 하거나 이들과 관련된 회사에 투자하면 좋습니다.

 

 

3. 영업이익률,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회사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비용을 뺀 금액입니다. 매출액이 많이 나오거나 비용이 적게 나올 경우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비용에 중점을 두어 보면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회사가 인플레이션에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영업 레버리지가 높다는 것은 같은 비용을 투입했을 때 더 높은 매출액이 나오는 것이므로 인플레이션에도 별도의 비용 상승 없이도 매출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설비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고정 설비가 많거나 이미 설비투자를 많이 해놓은 회사들이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4. 성장주 대신 가치주

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성장주로 분류되던 회사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성장주는 당장은 매출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향후의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들입니다. 성장주 성격의 회사들은 금리가 낮을 때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비용이 올라가게 되고 영업이익은 더 낮아지게 됩니다. 최근 성장주의 하락은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오면 그동안 소외받던 가치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가치주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그들이 보유한 자산과 실적보다 저렴한 주식들을 말합니다. PER, PBR로 이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가치주로 은행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금리가 올라가면 순이자마진도 올라갈뿐더러 매년 일정한 실적을 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